서울에서 지리산 천왕봉 가는 법(무박 2일)
출발: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23:35 야간 버스를 타고 지리산 중산리 주차장에 03:35분쯤에 도착해서 산행을 시작한다. (금, 토 남부터미널~중산리 직행 심야버스 23,800원)
복귀: 중산리~남부터미널(토, 일 15:35 중산리~남부터미널 직행버스 21,600원)
으로 금, 토 저녁에 출발해서 산행하고 토, 일에 복귀하는 스케줄이 가능하다.
버스에 잘 자는 사람은 컨디션이 그나마 괜찮고, 잘 못 자는 사람은 좀 피곤할 수 있다.
준비물
헤드랜턴(다이소에서 천 원에 구매, 건전지 AAA 천 원) OR 휴대폰 라이트로 대체 가능, 식수, 음식, 바람막이, 장갑, 패딩, 핫팩, 귀도리
5월의 날씨
한마디로 춥다. 정말 춥다. 5월인데 진짜 체감온도는 영하였다. 눈이 쌓여서 내려오는 길도 미끄러웠다. 하지만 그만큼 아름답다. 5월의 겨울을 만끽하고 싶다면 강추. 큰 산은 정말 조심 두 번 조심 세 번 조심해도 안 부족하다는 걸 여실히 깨달았다.
코스
토요일 저녁 23:35 남부터미널에서 버스 탑승~ 03:00 중산리 도착, 등산 시작 ~ 05:30 로터리 대피소~ 07:30 천왕봉 ~ 09:30 로터리 대피소 ~ 11:30 중산리, 하산 후 점심식사 ~15:35 중산리 → 남부터미널 행 버스 승차 → 19:35 서울 도착
식사
내려와서 흑돼지 삼겹살과 더덕구이를 먹었다. 흑돼지 버거 집도 있어서 맛이 궁금하긴 했지만 한식으로 결정했다. 식당은 중산리 쪽에 2개밖에 없다.(둘 다 한식집) 내가 간집은 밑반찬도 괜찮았고 특히 더덕구이가 일품이었다. 한 접시 33,000원으로 흑돼지보다 비싼 가격이지만 돈이 아깝지 않은 맛이었다. 사실 8시간 등산하고 나서는 뭘 먹어도 맛있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다. 지리산 가면 반드시 먹을 것.
총평
야간 버스를 타고 무박 2일로 가는 일정. 새벽 3시부터 어두운 밤 산행을 시작하면서 헤드랜턴을 틀지 않으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산을 오르다가 드문드문 만나는 사람들. 특히 혼자서 그 어두운 산을 걷는 분들을 보면 무슨 고민이 있어 이 시간에 이 험한 산을 오르시나 하는 궁금증과 그들은 나를 보고 또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다.
대피소부터 천왕봉까지 코스가 꽤 험하다. 하지만 평소에 등산을 좀 하는 사람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완등 가능하다. 총 8~9시간 정도 코스로(휴식시간 포함) 천왕봉 최단 코스라고 한다.
오르는 내내 바람은 쉴 새 없이 무시무시한 굉음을 내며 불었고 나는 오랜만에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아주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새벽 3시 지리산에 가지 않으면 평생 알 수 없는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새벽이 밝아오고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바닥에 하얗게 보이는 것이 눈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추측은 보기 좋게 어긋나고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눈이 한 겨울처럼 쌓여있는 설산을 마주하게 된다.
새벽부터 일찍 올라간 덕분에 정상에는 사람이 아직 별로 없었고 천왕봉 비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그 순간이 절정의 추위를 맛봤던 5분간이었다. 칼바람이 몸을 에이듯 불어와 도저히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하산 코스는 눈이 너무 쌓여있어 미끄러운 관계로 원래 올라온 코스 그대로 복귀하고 결정하고 추위에 쫓기듯이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하면서 점점 날씨도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5월의 지리산은 4계절을 다 느낄 수 있다. 올라가면 갈수록 점점 추워져서 정상에서는 절정의 추위를 맛보고 내려오면 올수록 점점 따뜻해지고 거의 다 내려왔을 때는 만연한 봄 날씨를 만끽할 수 있다.
중산리~남부터미널행 버스가 15:35로 하루에 1대가 있어 하산 후에 식사하고 1~2시간 정도 텀이 있다. 늦게 내려오는 사람을 위해 여유 있게 배차시간을 정한 듯하다. 기다리는 시간 너무나 졸리다. 남부터미널에서 중산리로 오는 버스 안에서 거의 잠을 못 잤는데 막상 등산을 시작했을 때는 설렘 때문인지 힘이 펄펄 나서 전혀 졸리지 않았지만 하산 후 식사를 하고 나니 잠이 정말 폭풍처럼 쏟아졌다.
새벽 3시에 어두컴컴한 산을 올라갈 때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무섭기도 하고 빨리 올라가고 싶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결국 그 시간이 온전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기에, 오롯이 혼자가 될 수 있는 시간이기에 그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지리산 등산을 추천한다.